신촌굴다리 근처에 가면 눈물이 난다



신촌굴다리 근처에 가면 눈물이 난다

어제도 신촌굴다리 근처에 가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는데

오늘도 신촌굴다리 근처에 오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힌다

내일도 모레도 눈물이 맺히려나



어릴 적 큰오빠 현의 심부름으로

미제 깡통 사러가던 신촌쌍굴다리

언니오빠 따라 대현교회 갈 때

지나갔음직한 신촌쌍굴다리



아하 이 길이 이화여대부속 신촌유치원

향하며 걷던 그 머언 길

장기원 교수댁 빨간 장닭 무서워


가슴이 콩알만해지며 찾아가던 그 길

이대부속 입학하여 다니던 그 길

엄마 심부름으로 이대후문 근처 아버지 서재에 갈 때

지나갔음직한 그 머언 길

돌아오면서 나도 모르게 거짓말 시나리오 구성한 그 길

저 산 너머 무서운 홍제동 화장터가 있다던 바로 그 길



그 무섭던 하늘 멍뚫린 금화터널이 이고 있고

나는 생의 삼분의 이를 신촌굴다리에서 맴돌고 있다



아하 그 길 마음 막막하던 그 길

나기도 전부터 감지한 무거운 집안 분위기

초롱초롱 소녀의 눈 닫힌 작은 입술

마음속 슬픔의 강 마음 길 따라 흐르네



귀소본능 이리도 충실히 따르며

오늘도 신촌굴다리 지나며 눈물 흘린다



2009. 5.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