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굿뉴스] 김혜인 기자 = 지난주 정부가 지정한 1주일간의 국가애도기간이 종료됐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시민들이 충격적인 참사소식에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에 호흡곤란을 호소하거나 ‘일상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며 우울, 불안감을 표출하기도 합니다. 예고 없이 찾아온 참사를 다수의 시민들이 SNS, 뉴스 등을 통해 여과없이 마주해야 했습니다. 직접적으로 사고와 연관되지 않은 이들까지 트라우마를 염려해 대응책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교계도 발벗고 나섰습니다. 한국기독교상담심리학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태원 참사 트라우마 생존자 상담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이같은 참사를 기독교인들은 어떻게 해석하고 극복해야 하는지 GOODTV 취재기자가 박순 다움상담코칭센터 대표이사를 만나 물어봤습니다.

▲GOODTV는 7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국기독교상담심리학회에서 박순 다움상담코칭센터 대표이사를 만나 인터뷰했다.  ⓒ데일리굿뉴스▲GOODTV는 7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국기독교상담심리학회에서 박순 다움상담코칭센터 대표이사를 만나 인터뷰했다.  ⓒ데일리굿뉴스

참사 이후 우울하고 답답하고 공허합니다. 인생이 허무하다는 감정까지 들어요.

피해자와 가까운 지인들은 방어기제가 작동돼 잠을 못 자고, 밥을 못 먹고, 순간순간 죄책감이나 분노를 느낄 수 있어요. 보도나 영상을 통해 참사를 접한 국민들도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되죠. 156명의 젊은이들이 사망하는 엄청난 일이 TV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니 각인되잖아요. 믿기지 않는 일이라 수용이 안되고 충격 상태에 있는 거죠. 특별히 이태원에 있던 분들, 민감한 분들은 트라우마가 오래갈 거라고 예상해요.

공허함과 우울감을 덜어내기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요.

일단은 개인 상담을 통해 외부로 자기의 상태를 말하는 게 매우 중요해요. 가까운 지인에게 얘기하면 지인들은 뭘 해야할 지 우왕좌왕 할 수 있으니, 상담센터에 와서 자기만의 감정을 털어 내길 추천해요. 애도기간 동안 시민들은 상복을 입고 헌화하는 등 ‘말없는 행동’들을 많이 했어요. 이를 표출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말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시를 쓰거나, 노래를 짓는 등 모든 것들을 다 해볼 수 있습니다.

머릿속에서 영상으로 본 장면이 지워지지 않아요.

플래시백. 떠오르고자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떠오르는 현상이에요. 지속적으로 보도되다 보니 억지로 잊기가 어려워요. 그냥 ‘또 떠올랐구나’ 생각하면 우리 뇌는 자동으로 움직이기에 붙잡으려 해도 지나가요. 플래시백 현상이 일어날 때 가장 중요한 건 ‘잊어버리기’가 아니라 ‘기억하기’에요. 성경에서도 ‘나의 억울함과 원통함을 기억하여 주소서’라는 말이 많이 나오잖아요. 기억하고 다시 음미하고 말하는 행위가 애도 상담에서 중요한 부분이에요. 말하지 않더라도 이미지화해서 형상화하고 표현하고, 치료할 수 있어요.

주변에 힘들어하는 친구들에게 적당한 위로의 말이 있을까요.

많이 듣는 질문인데, 위로에 적당한 말은 없어요. 오히려 위로의 말이 상처가 됐다는 보고가 많아요. 공감동작, 공감행위 그 다음이 공감언어에요. 친구가 꼼짝 못하고 있으면 꼼짝 못하는 상태로 함께 있는 게 좋아요. 기독교인들은 특히 위로의 언어를 잘하는데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가 가장 진솔한 말이에요.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공간이 된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많은 시민들이 국화꽃과 메모 등으로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사진=연합뉴스)▲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공간이 된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많은 시민들이 국화꽃과 메모 등으로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참사를 기독교적으로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하나요.

기독교 상담의 핵심은 ‘우는 자와 함께 울고 즐거워하는 사람과 함께 즐거워하라’예요. 지금 자녀를 잃은 사람들의 울음은 끝나지 않을 거예요. 그것을 함께 하는 거죠. 함께 우는 거예요. 자식을 잃은 슬픔은 여러가지 색깔로 인생의 고비고비마다 찾아올 거예요. 그때 기독교인들은 슬픔을 당한 이들을 찾아가야해요. 하나님이 이 땅에 오신 것처럼 우리가 현장을 찾아 목회 상담을 해야 해요.

부모들은 자녀들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까요.

청소년들이 엄청난 재난에 감정 이입될 때 부모는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읽어줘야 해요. 아이들이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다 사망하면 대성통곡하잖아요. 그때 함께하듯 부모들이 이번 참사의 충격, 슬픔, 염려를 옆에서 스킨십하며 함께 있으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교회나 교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일어나면 많은 기독교인들이 ‘하나님이 계신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나?’라고 생각해요. 요한복음 9장에서 예수님의 제자들이 길을 지나가던 시각장애인을 보고 예수님께 질문해요. "저 사람이 시각장애인이 된 게 본인의 죄 때문입니까? 부모의 죄 때문입니까?"라고. 양자 택일 질문에서 예수님은 부모의 죄도, 본인의 죄도 아닌 하나님의 선한 뜻을 드러내기 위함이라고 답해요. 참사를 겪고 난 뒤 어떻게 하면 주님의 선한 뜻을 드러낼 지 고민하는게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예요. 특별히 기독교인 중 이런 일을 당했다면 ‘내가 뭘 잘못해서’가 아니라 ‘이 일을 가지고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하나님께 물어야 해요. 단순한 원망을 넘어 깊이 고민하고 사유하고 응답할 수 있게 된다면 하나님의 선한 뜻이 곳곳에서 이뤄지리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참사를 겪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닙니다. “이제 됐다”, “그만 울어”란 말은 절대 하면 안돼요. 애도의 마음과 슬픔, 고통은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매년 10월 29일이 돌아올 때마다 반응이 올 거예요. 의식하지 않더라도 트라우마가 쓰나미처럼 몰려올 텐데 특별히 자녀를 잃은 부모들을 돌보아야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김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