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이야기

노인의 몸은 이야기 보따리입니다
노인의 몸에는 노인의 마음이 하나 가득 들어 있습니다

머리카락에 물든 이야기가 세일 수 없이 많습니다
귀에 들어간 이야기보다
귀에 담지 못하고 흘려버린 이야기가 더 많은 듯도 합니다

흐릿해진 눈이지만 한때는 샛별처럼 초롱초롱했었지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노인으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습니다

칠십 신중년이든
팔십 노인이든
아니면 꽉찬 백세 어르신이든
예외 없이 갓난 아기로 태어났었지요

훌쩍훌쩍 콧물 흘리며 앓았던 기억이 몇이나 될까요
뽀드득 뽀드득 소리내며 음식 먹던 어금니에 박힌 이야기는
누가 뽑아낼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도 가슴에 묻은 이야기들 파보면 얼마나 무궁무진할지요
누구나 한 번 쯤은 설레었던 첫사랑의 추억
성인 중의 성인도 예외 없을 거짓말, 또 거짓말!

지나가는 어르신에게 말을 건넵니다
당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당신의 손바닥에 묻어 있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무엇보다도 당신의 고랑진 주름에 들어 있는
헤일 수 없는 사연을 들으며
이밤을 지새우겠습니다

당신의 눈이 흐릿해서 나의 가발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나는 조금 더 행복할 것 같습니다

(2017. 1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