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에 부쳐 / 김현승
희망에 부쳐 / 김현승
희망은 가장 멀리 가는 내 마음의 뱃머리.
우리가 더 붙들 수도 없는 그곳에선
까뭇까뭇 꿈을 꾸는
한 점 생명의 씨앗으로
망막한 바다에 떨어진다.
희망은 가장 깊이 묻힌 내 마음의 순금,
분별의 오랜 금언들 깨어져 골짝에 잠들고
사자의 울음을 부르는 수풀들 우거지면
너의 빛은 불 같은 손을 기다리며
한 줄기 마르지 않는 샘물과도 같이
소리없이 빈 들에 묻힌다.
희망은 가장 높이 뜨는 내 마음의 흰구름,
우리가 너를 붙들러 산마루에 오르면
더욱 높은 곳으로 우리를 끄을며
너는 갖가지 꿈들에 형상를 입혀
우리의 눈을 즐거움에 어둡게 만든다.
희망은 가장 아름다운 내 마음의 떨기꽃
낙엽은 떨어져 뿌리에 돌아가고
그 뿌리들 다시 꽃의 무덤가에 잠들 때에도
너는 내 생명의 줄기 그 가장 가녀린 꽃에서
눈부시게 타오른다 타오른다.
2019. 9. 12일 추석 전날
가슴에 사모치는 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