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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재봉틀(2020.03.05.)>

0 67 2022.09.30 19:46
<라디오 재봉틀(2020.03.05.)>


어릴 적 삶의 장면에 어머니의 바느질 모습이 있다.
어머니의 한복 바느질로 생계를 이어갈 때가 있었는데,
어머니 말씀대로 치마는 둘둘 박으시고, 섭이나, 깃은
조심스럽게 인두로 지져서 손으로 꿰메셨다.
어머니는 음악을 정말 좋아하시고 사랑하시고 사랑하시는 분이었다.
바로 엊그제사,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는 것은
어머니께서 삶의 가장 어려운 대목을 노래로 풀어내신 덕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당신의 인생 가운데 중년에 큰아들의 사망이라는
감당할 수 없는 커다란 비극이 찾아왔어도,
어머니는 그 마음을

“해는 져서 어두운데 , 찾아오는 사람 없어, 밝은 달만 쳐다보니 외롭기 한이 없네....”

해진 후 찾아오는 외로움과 슬픔을 노래에 얹어서,
정말 감정이입하여 부르셨고, 우리 4남매는 어머니 음악교실의 학생들인 셈이다.
지금 생각하니 얼굴보고 싶은 아들 그리면서,
애증의 대상인 남편이 행여나 돈 한 푼 가지고 오지 않을까
기다리시던 마음이 이제사 보인다.

박사과정에서 꿈의 신비한 작용에 대해서 배울 때 하나의 환상이 떠올랐다.
‘라디오가 나오는 재봉틀.’ 재봉틀은 지금은 사라진 가전제품이지만
필자 어릴 적엔 대단한 재산목록에 속했다.
학교에서 가정생활 조사할 때 아마 재봉틀이 있는가도 조사했을 것이다.
당시에는 재봉틀 대가리만 훔쳐가는 도둑도 많았다.
아무튼 재봉틀은 바느질에 사용되는데, 거기에서 음악이 나오면 어떨까 하는
엉뚱한 발상이 떠올랐다. 오늘 새벽 전까지만 해도,
재봉틀 바느질 소리와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어떻게 조화될까 염려가 있었는데,
재봉틀 바느질 소리에 맞춰서 클래식 음악이 나오는 재봉틀,
아니 미싱(machine)을 상상하며 입가에 미소가 감돈다.
다다이스트의 자세로 들어갔기에 새로운 발명품이 나왔나?
낯익은 것을 낯선 장소에서 마주하게 하는 초현실주의적인 미술기법을
이를 ‘데페이즈망(dpaysement)’이라고 부르는데,
일상의 익숙한 사물들이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만나면서 빚어지는
우연과 전복의 미학이다. 아이러니와 풍자가 내 삶의 이야기에 늘 어리어 있다.
어렸을 적 발음 그대로 하면 “라지오 자방틀‘이다.

클래식 음악이 나오는 재봉틀을 만들고 나니, 환히 웃으시는 엄마 얼굴이 보인다.
어머니의 40대 말, 50대 초, 아직 젊고 아름다우시던 어머니의 말없는 환한 미소가 떠오른다.
명문대학교 교수부인에서 삯바느질하는 아주머니로 전락하셨으면서도
항상 웃으며 말씀하시고 늘 노래를 즐겨 부르셨던 아름다운 엄마의 초상이 보인다.
노래하는 재봉틀은 엄마다. 엄마는 노래하는 재봉틀이다.
그 바느질로 끼니를 이었다. 그런데 엄마, 왜 웃기만 하고 말씀을 안 하세요? 엄마!!!!

라디오 재봉틀이 버전 업이 되면서 바느질하는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음악이 흘러나오게까지 되었다. 그냥 라디오 음악이 나오기도 하고,
어릴 적 동요를 생각하면 바로 그 노래가, 가곡을 떠올리면 금방 그 노래로,
클래식을 생각하면 바로 그 곡의 연주가 흘러나오는 라디오 재봉틀.
뭐라구요? 기왕이면 티브이 재봉틀을 만들라구요?
허참. 우리 어렸을 적에는 티브이가 없었다니까요.
아니 필자를 위한 배려라구요?
엄마가 그 노래 부르시던 모습까지 항상 볼 수 있다구요?
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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